1. 유래
스리라차 소스의 기원은 1930년대 태국 동부 촌부리 주의 해안 도시 ‘시라차’입니다. 이곳의 한 주민이었던 타놈 짝카팍은 가족과 지인들을 위해 기존에 없던 매콤새콤한 소스를 만들었습니다. 그녀는 태국산 붉은 고추를 갈아 식초, 마늘, 설탕, 소금을 혼합해 매운맛, 단맛, 산미가 균형을 이루는 독특한 풍미를 완성했습니다. 당시 이 소스는 주로 해산물 요리에 곁들이는 디핑 소스로 사용됐는데, 특히 굴, 새우, 오징어와 잘 어울렸습니다. 시라차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급격히 퍼지자, 그녀는 소스를 병에 담아 판매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그 지역명을 딴 ‘시라차 소스’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습니다. 이후 태국 전역에서 여러 브랜드가 유사한 스타일의 소스를 생산하면서 스리라차는 하나의 대표적인 태국 소스로 자리 잡게 됩니다.
스리라차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데에는 한 베트남계 미국인의 역할이 컸습니다. 1970년대 후반, 베트남 전쟁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데이비드 트란은 고향에서 먹던 칠리소스의 맛을 그리워했습니다. 그는 태국 시라차 스타일을 기반으로, 미국인들의 입맛에 맞춘 새로운 버전을 개발했습니다. 1980년 그는 ‘후이퐁 푸즈’를 설립하고, 초록색 뚜껑과 하얀 닭 로고가 있는 병에 담긴 스리라차 소스를 출시했습니다. 이 미국판 스리라차는 태국 원조보다 농도가 조금 더 걸쭉하고, 마늘 향과 은은한 단맛이 강조되어 다양한 서양 음식과 잘 어울렸습니다. 미국 내 아시아 음식점과 푸드트럭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은 뒤, 곧 패스트푸드 체인과 대형 마트에서도 판매되며 폭발적으로 확산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성공을 거둔 스리라차는 이제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매운 소스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태국 현지 브랜드와 미국 후이퐁 브랜드 모두 각자의 개성을 유지하며 시장을 나누어 갖고 있습니다. 오늘날 스리라차 소스는 햄버거, 피자, 샌드위치, 볶음밥, 라면은 물론이고, 심지어 블러디 메리 같은 칵테일에도 활용됩니다. 한때 지역 특산품에 불과했던 시라차 소스가 이처럼 다양한 국가와 문화권에서 일상적인 양념으로 쓰이는 것은 드문 사례입니다. 이는 음식이 국경과 언어를 넘어 전파되는 힘을 잘 보여줍니다.
2. 특징
스리라차 소스는 매콤함, 새콤함, 은은한 단맛이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풍미가 특징인 매운 소스입니다. 기본 재료는 잘 익은 붉은 고추, 마늘, 식초, 설탕, 소금이며, 이 조합이 만들어내는 맛의 균형이 스리라차를 특별하게 만듭니다. 고추의 알싸한 매운맛이 입안을 먼저 자극하고, 곧이어 식초의 산미가 깔끔하게 뒷맛을 정리해 주며, 설탕이 전체적인 맛을 부드럽게 감싸줍니다. 마늘은 향과 깊이를 더해 단순히 매운맛이 아닌 풍부한 감칠맛을 느끼게 합니다.
또한 스리라차는 색이 선명한 붉은색을 띠는데, 이는 숙성된 고추의 색과 첨가물 없이 자연스럽게 나온 색으로 시각적으로도 식욕을 돋웁니다. 질감은 너무 묽지 않아 음식에 뿌렸을 때 흘러내리지 않고 잘 머물러, 샌드위치, 버거, 피자, 볶음밥, 라면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하기 좋습니다.
매운 정도는 하바네로나 고스트 페퍼 소스보다 훨씬 온화하지만, 일반 케첩보다 확실히 매콤하여 매운맛 초보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또한, 스리라차는 단순한 디핑 소스를 넘어 양념 베이스, 마리네이드, 드레싱 재료로도 활용 가능하며, 매운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식탁에 항상 두고 쓰는 만능 소스로 인식됩니다. 이러한 맛의 조화와 범용성 덕분에 스리라차는 전 세계적으로 폭넓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으며, 아시아 요리뿐 아니라 다양한 글로벌 퓨전 요리에도 빠지지 않는 필수 양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3. 요리 활용법
- 디핑 소스
감자튀김, 치킨 윙, 새우튀김, 만두 같은 튀김류와 스리라차의 매콤함은 느끼함을 잡아주고 산뜻한 뒷맛을 남깁니다. 특히 마요네즈와 1:1 비율로 섞으면 부드럽고 매콤한 ‘스리라차 마요’가 완성되어 샌드위치, 햄버거, 김밥 속 소스, 심지어 크리미 한 샐러드 드레싱으로도 훌륭합니다.
- 볶음 요리
고기나 해산물을 볶을 때 간장, 굴소스와 함께 스리라차를 넣으면 아시아풍의 매콤달콤한 맛이 완성됩니다. 예를 들어 새우와 채소를 볶아 스리라차로 마무리하면 고소함과 매콤함이 함께 느껴지는 고급스러운 요리가 됩니다. 볶음밥에 스리라차를 소량 첨가하면 케첩 볶음밥과는 다른 깊이 있는 매운맛이 더해져 색다른 풍미를 즐길 수 있습니다.
- 서양 요리
피자 위에 직접 뿌려 치즈의 고소함과 매운맛이 어우러지게 하거나, 토마토 파스타 소스에 살짝 섞어 매콤한 변주를 줄 수 있습니다. 특히 크림 파스타에 소량만 넣어도 느끼함이 줄어들고 색감이 한층 더 먹음직스럽게 변합니다.
- 마리네이드(재우기)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 해산물에 스리라차와 간장, 꿀, 다진 마늘, 올리브유를 섞은 양념을 발라 재운 뒤 구우면, 겉은 달콤하고 매콤하게 캐러멜라이즈 되며 속은 촉촉하게 익어 풍미가 살아납니다. 바비큐나 구이 요리에 특히 잘 어울리며, 캠핑이나 야외 요리에서도 간단히 풍부한 맛을 낼 수 있습니다.
- 국물 요리
라면, 베트남 쌀국수(포), 매운탕, 토마토 수프에 한두 스푼 넣으면 국물이 한층 깊어지고 매콤한 향이 살아납니다. 매운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김치찌개나 부대찌개에도 넣어 색다른 매운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 음료
칵테일 블러디 메리에 소량 넣으면 매콤한 포인트가 생겨 독특한 풍미를 더해줍니다. 일부 셰프들은 스리라차를 초콜릿 소스나 캐러멜 소스와 결합해 디저트에 매운 반전을 주기도 합니다.